[동물의집 이야기]개식용 종식 특별법 통과를 환영하며

관리자

2023년 연맑. 개인 블로그에 썼던 글을 옮겨 놓습니다.


이건 어떤 ‘존재들’이 법을 보호를 받지 못하고 돈벌이로 전락될 경우 인간들에 의해 얼마나 유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다. 또한 그래서 우리에게는 운동이 필요하고 정치가 필요하고 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개농장 개들의 삶과 죽음을 따라가다보면 사회가 합의한 법이 없었을 때, 인간이 얼마나 잔혹해 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된다. 문명이 제거된 채 생명이 돈벌이로 전락하게 되면 인간은 브레이크 없이 잔인함으로 돌진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그럴 수가 있다.
개가 아닌 다른 생명체도 이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 사회가 응답해야 하는 것이 맞다. 문명국가의 구성원이라면 무법지대에 놓인 생명을 외면 하지 말아야 한다.


공장형 축산 속에서의 소, 돼지, 닭 등의 삶과 죽음도 잔인하지만 개농장의 개만큼은 절대 아니다.
소, 돼지의 경우 동물보호운동과 법제도를 통해서 사육 동물의 고통을 경감하는 방식으로 조금씩이나마 진화되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개(개농장의 개)는 달랐다. 보호받을 수 있는 법자체가 없다. 법이 없으니 무법이 됐고, 무법이 되니 잔혹한 방식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인간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가장 극명한 사례가 바로 개농장이다.
먼저 개농장 주인들은 대부분 음식물폐기물 업자로 등록되어 있다. 우리가 생태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열심히 분리수거하고 있는 음식물쓰레기는 사실상 가장 반생태적인 방식으로 재활용 된다. 음식물쓰레기가 개농장을 유지하는 ‘핵심 코어’이다(음식물쓰레기와 개농장을 검색하면 자료가 수두룩 나온다).


사진만 봐도 악취가 날 것만 같은 그 음식물 쓰레기를 개농장 개들은 평생 먹고 산다. 
일부의 사례라고? 아니 절대 그렇지 않다. 현재 개농장은 사료를 줘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개농장주인들은 음식물폐기물 업자로 둔갑해서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면서 돈을 받고, 사료값을 절약해서 돈을 세이브하고, 개를 팔아서 또 돈을 버는 구조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장이 꼬여가며 죽는 개들까지 생각한다면 과연 우리가 음식물 쓰레기를 그렇게나 열심히 분리수거해야지 의문이 든다. 민주당 한정희 의원이 이런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법안까지 발의했지만 당연히? 통과는 난망한 상황이다.

개농장 개들의 사육환경은 단연코 지구상 모든 생명체 중 가장 처참한 수준이다 . 관련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추위와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감금틀에서 생활한다. 더구나 매순간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뜬장, 바닥이 철망으로 된 곳에서 평생을 산다. 우리는 좋은 의미로 동물적 감각이란 말을 많이 쓴다. 맞다. 동물은 인간과 동등하거나 어떤 부분에서는 더욱더 감각이 발달되어 있다. 그런데 그렇게 감각적인 동물이 추위, 더위에 노출된 곳에서 매순간 움직임이 제한된 공간에서 평생을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살아야 한다. 법적으로는 음식물쓰레기를 다시 급여할 때는 끓여서 급여하게 되어 있지만 이것을 지키는 개농장주는 없다.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개농장 음식물 쓰레기 적발 기사를 쉽게 검색할 수 있다)

도살은 더욱더 잔인하다. 대법원에서 전기도살은 위법이라고 판결을 내렸지만 여전히 조잡한 전기봉으로 개들을 도살한다(동물보호단체가 개농장에 잠입해서 여전히 전기봉으로 도살하는사실을 밝혀 냈다).
고문 중에서 가장 큰 고통이 주는 게 전기고문이라는 점을 상기해 본다면 전기도살의 고통이 어떤지 상상할 수 있다. 도살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관련 법규정은 당연히 없다. 그래서 도살 도구도 사제로 만든 조악한 수준이라 한번에 생명을 끊는 방식이 아니고 여러차례 극한의 고통을 받으며 죽어가는 방식이다.

개농장의 도살장면을 보면 굉장히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나역시 너무 끔찍해서 고개를 푹숙이고 화면을 외면했다. 작은 철망 안에 두세마리가 그야말로 구겨져서 전기봉으로 지져진다. 작고 네모난 철망 안에서 앞뒤 구분없이 마구 구겨져 있는 것만 해도 고통인데, 거기에 전기봉으로 지져지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어떤 동물도 이렇게 죽임을 당하지는 않는다. 


한편 여전히 개식용 금지 법안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은 국가가 국민의 먹는 걸 규제하는 것이 옳은가? 라는 것이다. 
국가 - 규제로 단어가 이어지면 자동반사적으로 아니지! 규제하면 안된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국가는 먹는 것에 대해서 금지하고 있다.


야생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멸종위기 동물인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수달, 담비, 물개, 삵 등에대해서 먹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멸종위가가 아닌 동물 중 고라니, 너구리, 노루, 멧돼지, 멧토끼, 오소리 등도 식용금지 동물로 지정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국가는 먹는 것 뿐 아니라 옷차림(옷벗고 다니면 처벌 받는다)이나 기호식품인 담배도 통제했다. 이제 극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듯 더이상 개고기를 먹는게 불가능한 시대가 되는 것이다. 

법안을 반대하는 또 다른 주장은 소, 돼지는 먹어도 괜찮고 개고기를 안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소, 돼지의 경우 법과 관련 규정에 의해서 ‘관리’가 되고 있지만 개의 경우엔 개고기 자체가 식품 원재료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관리하지 않거나 관리를 못한다. 
그렇다면 개고기 합법화를 통해서 소, 돼지처럼 국가가 관리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이제 육견협회 조차 하지 않는다. 합법화 되어 유튜브에 개고기 먹방이 나오는 그런 사회를 우리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도 개식용을 합법화하는 사례가 아애 없고, 엄청난 국민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개식용을 용감하게 합법화하자고 주장할 정부, 정치인의 탄생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잔혹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합법화는 오히려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다.

사진 설명이 없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 속에서 관계는 변화된다>
우리는 어떤 동물은 먹고 어떤 동물은 먹지 않는다. 또한 과거에는 먹어도 되는 동물이었는데 현재는 먹으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논쟁이 되는 개식용 문제도 여기에 해당한다.
불교국가였던 고려시대에는 소의 도축이 금지됐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걸쳐 우금령이 있었는데 그건 농사를 짓는 소를 도축하지 못하는 법령이다.  (조선시대에는 우금령에도 불구하고 소를 도축 했다고 문헌에 나오긴 하지만)
어쨌든 과거에는 소가 보호의 대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소는 오직 고기로만 기능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개를 식용했는데 이제는 안되는 상황에 왔다.
이 모든건,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되는 일이다.
인간과 소와의 관계가 달라졌고, 인간과 개와의 관계가 달라졌다. 
농사를 짓던 과거에는 소가 매우 중요한 노동력으로 보호를 받았고, 현재 개는 반려의 위치에 올랐다. '반려의 위치'에 오른 개는 인간과 교감하고 반려의 관계를 맺으며 다른 동물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보호를 받게 됐다.
먹는 문제 뿐만 그런 게 아니다.
과거 미국은 늑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박멸했지만, 이제는 늑대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계속적으로 달라진다.
지금은 소를 먹지만, 인간과 소와의 관계가 달라지면 언제가 소는 고기가 아닌 다른 지위를 획득할 것이다. 나역시 육식을 하지만 그런 세상을 꿈꾼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동물보호 관점에서) 달라지기 위해서는 만남과 접촉이 필요하다. 개와 인간의 관계가 달라진 것은 만남과 접촉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 우리는 살아 있는 소나 돼지와 접촉할 기회가 없다. 우리는 마트에서 고기로 포장된 소나 돼지만 볼 뿐이다.
최근 동물단체가 주목하는 생츄어리 등을 통해서 살아 있는 소, 돼지 등을 우리가 자주 접하게 된다면 아마도 조금씩 다른 관계로 발전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 방법으로 소,돼지의 식용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금지하는 것까지 가기에는 무리가 있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 소, 돼지, 닭 등의 공장형축산이나 도축 문제는 세포 배양 고기 '클린미트' 등 기술의 발전으로인해 종식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한다.
아니면 자연의 역습이라고 표현되는 거대한 질병으로인해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서야...
어쨌든 오늘은 12,12이기도 하지만 개식용 종식의 서막이 열리는 듯해서 기분이 좋은 날이다. 오늘 밤에는 또 이래서 한잔 해야겠다.
평화여. 어서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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